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흰 떡 먹은 후엔 나물을 먹어야

임기종 2024. 11. 25.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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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여종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여종의 남편 놈이 외박을 자주 하니 주인집 아들이 마음대로 간통하는데 오히려 그 여종과 그녀의 부모들이 이를 숨겨준다. 어느 날 밤 주인아들이 제 처가 깊이 잠든 틈을 타 가만히 행랑으로 나가는데 잠을 깬 처가 살금살금 뒤를 밟아 창틈으로 엿보니 여종이 말하기를

왜 하필 흰 떡같은 아씨를 두고 이렇게 하찮은 제게 오셔서 못살게 구십니까

아씨가 흰 떡이라면 너는 산나물과 같으니 음식으로 따지면 떡 먹은 후 나물을 가히 먹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라.”

하면서 입을 맞추며 운우(雲雨)가 무르익어 간다. 그것을 보고 처가 조용히 돌아가 여전히 누워 자는 체 하고 있었다. 일을 마친 젊은 남편은 처가 행랑의 일을 알지 못하겠지 하고 안도하고 있었다. 이튿날 이 부부가 함께 시아버지와 함께 아침을 먹는데 남편이 갑자기 기침을 연발하면서 벽을 향해 말한다.

요즘 내게 이 병이 있으니 괴상하도다, 괴상하도다

하고 말하자 아내가 읍하면서 말한다.

그것이 다른 까닭이 있나요. 날마다 산나물을 많이 잡수신 때문이지요

하니 시아버지가 듣고 말하기를

어디서 산나물이 났기에 너만 혼자 먹느냐. 나눠먹자

하거늘 아들이 부끄러워 말을 못하고 곧 밖으로 나가더라. -어수록(禦睡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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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노년기에 들면 인생오계(....)의 마지막 죽음을 준비할 것이라고들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인간은 오래 살면 살수록 더 오래 살고 싶어진다. 삶에 대한 본능이다.

사회통념상 노인들은 정력이나 기력이 약해지면 자신들은 성행위를 할 수도 없으며 성행위가 건강을 해친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또 성을 이야기하면 색광적 인물로 취급당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욕은 노인이 돼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기본 욕구다. 다만 그 심도가 낮아질 뿐이다.

오입에도 단계가 있다.

오입은 1(), 2(), 3(), 4(), 5()로 분류한다.

도란 임자 있는 여성 즉 남의 유부녀와 훔치듯 상관하는 것이요,

비란 한 지붕 아래 같이 사는 본처 외의 여자 즉 가정부 등과 몰래 통정하는 것이요,

패란 옛날 기생 머리 얹어주듯 술집 작부를 시작하는 여자의 첫날밤 초야권을 잡는 것이요,

방이란 방년의 꽃띠 아가씨를 유혹해 꺾는 이른바 처녀사냥이며

마지막 과는 독수공방을 못 견디는 과부댁과 적선지심(積善之心)으로 관계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 , , , 과에도 능력이 못 미치면 처()인 마누라 뿐이니 고개 숙이고 집에나 조용히 들어 갈 일이다.

어쨌든 세상은 참으로 공평하다. 조강지처를 상전처럼 여기며 한 세상 살던 남자들은 늙어서도 집안이 화목하지만 젊은 시절 물건하나만 믿고 꺼떡대던 남자들은 나이들면 만만한 처조차 만족시키지 못한 죄로 천대받고 학대(?) 받는 경우가 흔하다.

유명한 선사 경허스님은

음행의 행위는 거친 망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라고 하면서 자신은 오입을 하고서도 오입한 자국이 마음에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런 경허도

술을 먹으면 정신이 흐리니 먹지 아니할 것이요. 음행은 정신 헷갈려 애착이 되니 상관 아니 할 것이요. 살생은 마음에 진심을 도우니 아니할 것이요. 고기를 먹으면 정신이 흐려지니 먹지 아니할 것이요. 거짓말은 내 마음에 사심을 기르니 아니할 것이요. 도적질은 내 마음에 탐심을 늘리니 아니할 것이요. 파와 마늘은 내 마음에 음심과 진심을 도우니 먹지 아니할 것이요. 그 나머지 일체 것이 내게 해로운 것이니 간섭치 말지니라

라고 설법했으니 선승의 가슴속 깊은 곳 숨은 욕구 역시 범인(凡人)과 별로 다를 게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