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송곳, 몽둥이, 가지

임기종 2024. 12. 15.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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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장년, 그리고 노인 세 사람이 동행하다가 어느 시골집에서 머무르게 됐다.

그 집 안주인에 반한 장년이 밤에 아낙을 겁탈하고 말았다. 이튿날 주인이 마누라를 겁탈한 자가 누구인지 모르니 가려달라고 관아에 호소했다. 그러나 사또 역시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사또의 부인이 간단한 문제라며 안주인에게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았는지 몽둥이로 치는 것 같았는지 삶은 가지를 들이미는 것 같았는지 물어보라고 한다.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으면 젊은이고 몽둥이로 치는 것 같으면 장년이고 삶은 가지 같으면 늙은이라는 것이다.

다음날 여자에게 물으니 몽둥이 같았다고 말해 장년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범인을 잡고 나서 사또가 부인에게 어찌 알았느냐고 묻자 부인이 대답하기를

"우리 경우도 그렇잖아요? 처음 혼인했을 때는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았고 중년 때는 몽둥이 같더니만 요즘 늙은 후로는 삶은 가지 같은 것이.."

라고 하더란다. - 고금소총 (古今笑叢)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