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누구와 함께 먹나

임기종 2024. 12. 17.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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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부부가 한낮의 무료함을 느끼다가 그 생각이 간절히 났다. 그러나 곁에 예닐곱 살 먹은 아들, 딸 두 놈이 있어 망설이던 차였다. 이내 아비는 아이들을 내보내기로 마음먹고 광주리를 주며 냇가에서 송사리를 잡아 끓여먹자고 꼬신다. 아이들은 광주리를 가지고 나와 냇가로 가다가 생각하니 아빠, 엄마가 자신들을 내쫓고 자기들끼리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라고 의심해 문에 구멍을 뚫고 지켜봤다. 마침 부부가 일을 치르며 서로에게 묻고 있었다.

"어때?"

하는 남편의 물음에 여자는

"막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요"

라고 대답하고 남자는

"하늘 위로 올라가는 것 같소

라고 대꾸한다.

일을 마치고 옷깃을 여미는데 마침 아이들이 빈 광주리를 들고 돌아왔다. 아비가 무슨 일이냐고 꾸지람하자 아이들은 볼 멘 소리로,

"아빠는 하늘 위로 오르고 엄마는 땅 속으로 기어 들어갔으니 잡아온들 누구와 함께 먹어요?“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 고금소총 (古今笑叢)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