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에 가련(可憐)이란 기생이 있었다. 얼굴이 빼어나게 곱고 성격이 활달한 그녀는 때로는 제갈량의 출사표를 낭랑하게 외웠으며 술도 잘 마시고 노래도 잘 부르고 칼춤도 잘 추거니와 거문고와 퉁소, 바둑, 쌍육(雙六)에 이르기까지 못하는 게 없는 재색을 겸비한 기생이었다. 그녀가 어느 날 고을의 원을 따라 낙민루(樂民樓)에 올랐을 때 어떤 젊은이가 만세교를 건너가는 것이었다. 의복을 잘 차려 입은 그 젊은이는 장부다운 풍모가 능히 여인을 움직이기에 족했고 검은 나귀를 탔는데 그 뒤에는 거문고와 시통(詩筒)과 주합(酒盒)을 실은 나귀 한 마리가 따르고 있었다. 가련은 곧 그가 자기 집 손님임을 직감하고 몸이 고단하다는 핑계를 대고서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당도하니 나귀는 이미 문 앞 작은 복숭아나무에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