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2. 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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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촌(外人村) - 김광균(金光均)

 

하이얀 모색(暮色) 속에 피어 있는

산협촌(山峽村)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아란 역등(驛燈)을 단 마차가 한 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루 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 위엔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 불리우는 작은 집들이 창을 내리고

갈대밭에 묻힌 돌다리 아래선

작은 시내가 물방울을 굴리고,

 

안개 자욱한 화원지(花園地)의 벤취 위엔

한낮에 소녀들이 남기고 간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었다.

 

외인 묘지(外人墓地)의 어두운 수풀 뒤엔

밤새도록 가느단 별빛이 내리고,

공백(空白)한 하늘에 걸려 있는 촌락의 시계가

여윈 손길을 저어 열 시를 가리키면

날카로운 고탑(古塔)같이 언덕 위에 솟아 있는

퇴색한 성교당(聖敎堂)의 지붕 위에선

분수(噴水)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시집 {와사등},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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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는 것 / 한 분 순 ( 韓 粉 順 )

 

누구 이야길까 노랠까 흔들림일까

흩어진, 나부끼는 마치 넝마일까

방안을 비잉 돌다가 딱 마주친 허상, 그 끝.

 

한 숨도 못 잤다 했나? 괜한 참 싫은 아픔

그때 숨겼던 건데 지금 왜 눈이 쓰린다

石壁을 기어오르는 이 창백한 온기, 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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