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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등(瓦斯燈) - 김광균(金光均)
차단 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 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高層), 창백한 묘석(墓石)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夜景)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思念)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 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 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조선일보}, 193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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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앓이 / 백수 정 완 영
진실로 외로운 자에겐 병도 또한 정이러뇨
세상살이 시들한 날은 자질자질 몸이 아프다
매화도 한 그루 곡조, 봄을 두고 앓는걸까.
가진 것 하나 없어도 다 잃은 것만 같은
허랑히 보낸 세월이 돌아 돌아 뵈는 밤은
어디메 비에 젖어서 내 낙엽은 춥겠고나,
그 누가 주어 준대도 영화(榮華)는 힘에 겨워
시인이면 족한 영위(營爲)의 또 내일을 소망하여
한밤 내 적막한 꿈이 먼 들녘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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