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2. 2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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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憧憬) - 김광섭(金珖燮)

 

온갖 사화(詞華)*들이

무언(無言)의 고아(孤兒)가 되어

꿈이 되고 슬픔이 되다.

무엇이 나를 불러서

바람에 따라가는 길

별조차 떨어진 밤

무거운 꿈 같은 어둠 속에

하나의 뚜렷한 형상(形象)

나의 만상(萬象)에 깃들이다.

 

* 사화(詞華): 아름답게 수식한 시문(詩文), 또는 뛰어난 시문.

 

({조광}, 19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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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扁柏)나무 숲에서는 /최 광 림

 

편백(扁柏)나무 숲에서는 두 눈이 멀어도 좋다

질 고운 햇살의 입자(粒子) 문간채에 걸어두고

달빛도 잘게 썰어서 연등(燃燈)으로 내어 걸고,

 

사방 백 리 향불 사뤄 눈 감아도 부신 노을

산란(山蘭)이 포란(抱卵)하는 청태(靑苔) 낀 돌 틈에서

갈바람 속살거리는 언어들을 줍는다.

 

태청산(太淸山) 한 자락을 울안에 들여놓고

화선지에 먹물 지펴 한 점 획()을 지었더니

편백향 취기(臭氣)에 젖어 문풍지도 우는 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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