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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憧憬) - 김광섭(金珖燮)
온갖 사화(詞華)*들이
무언(無言)의 고아(孤兒)가 되어
꿈이 되고 슬픔이 되다.
무엇이 나를 불러서
바람에 따라가는 길
별조차 떨어진 밤
무거운 꿈 같은 어둠 속에
하나의 뚜렷한 형상(形象)이
나의 만상(萬象)에 깃들이다.
* 사화(詞華): 아름답게 수식한 시문(詩文), 또는 뛰어난 시문.
({조광}, 19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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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扁柏)나무 숲에서는 /최 광 림
편백(扁柏)나무 숲에서는 두 눈이 멀어도 좋다
질 고운 햇살의 입자(粒子) 문간채에 걸어두고
달빛도 잘게 썰어서 연등(燃燈)으로 내어 걸고,
사방 백 리 향불 사뤄 눈 감아도 부신 노을
산란(山蘭)이 포란(抱卵)하는 청태(靑苔) 낀 돌 틈에서
갈바람 속살거리는 언어들을 줍는다.
태청산(太淸山) 한 자락을 울안에 들여놓고
화선지에 먹물 지펴 한 점 획(劃)을 지었더니
편백향 취기(臭氣)에 젖어 문풍지도 우는 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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