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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城北洞) 비둘기 - 김광섭(金珖燮)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들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쫒기는 새가 되었다.
({월간 문학}, 196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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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 /김 은 숙(연강)
타 버린 재가 되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우리네 사랑도 이쯤에서 놓아 주자
하얗게 타 버린 후에야
너를 태울 수 있다니
살아오는 동안
아픔도 기다림도 있지만
우리가 언제
저토록 뜨거운 가슴 나누어 보았니
산다는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잖아
산은 외로워 강에 눕고
강도 외로워 소리 내어 흘러 가는데
하얗게 타 버린 후에야
너에게 가는 길이 보인다면
오늘 뜨겁게 타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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