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5. 1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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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김광섭(金珖燮)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신 대로 부르다가


세상에 가득한 물건조차


한아름 팍 안아보지 못해서


전신을 다 담아도


한 편()2천원 아니면 3천원


가치와 값이 다르건만


더 손을 내밀지 못하는 천직(天職).


늙어서까지 아껴서


어릿궂은 눈물의 사랑을 노래하는


젊음에서 늙음까지 장거리의 고독!


컬컬하면 술 한 잔 더 마시고


터덜터덜 가는 사람.


신이 안 나면 보는 척도 안 하다가


쌀알 만한 빛이라도 영원처럼 품고


나무와 같이 서면 나무가 되고


돌과 같이 앉으면 돌이 되고


흐르는 냇물에 흘러서


자국은 있는데


타는 놀에 가고 없다.









그 집에 가면 /古村 설 동 필





관악산 하산 길에 그 집으로 갔었다


탁배기 막사발에 회상을 따르자니


파릇한 웃음소리가 안주상에 오른다





빛바랜 추억만큼 낡아버린 난로에는


참나무 장작으로 비켜가는 가을을 구우니


깊어진 향수마저도 살갑도록 익는다








이제는 서러워서 아파하지 말아야지


하얗게 눈 내리는 밤에도 정담 붉은


미소가 산길 초입에 장승 되어 맞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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