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시인 - 김광섭(金珖燮)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신 대로 부르다가
세상에 가득한 물건조차
한아름 팍 안아보지 못해서
전신을 다 담아도
한 편(篇)에 2천원 아니면 3천원
가치와 값이 다르건만
더 손을 내밀지 못하는 천직(天職).
늙어서까지 아껴서
어릿궂은 눈물의 사랑을 노래하는
젊음에서 늙음까지 장거리의 고독!
컬컬하면 술 한 잔 더 마시고
터덜터덜 가는 사람.
신이 안 나면 보는 척도 안 하다가
쌀알 만한 빛이라도 영원처럼 품고
나무와 같이 서면 나무가 되고
돌과 같이 앉으면 돌이 되고
흐르는 냇물에 흘러서
자국은 있는데
타는 놀에 가고 없다.
그 집에 가면 /古村 설 동 필
관악산 하산 길에 그 집으로 갔었다
탁배기 막사발에 회상을 따르자니
파릇한 웃음소리가 안주상에 오른다
빛바랜 추억만큼 낡아버린 난로에는
참나무 장작으로 비켜가는 가을을 구우니
깊어진 향수마저도 살갑도록 익는다
이제는 서러워서 아파하지 말아야지
하얗게 눈 내리는 밤에도 정담 붉은
미소가 산길 초입에 장승 되어 맞으리.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5.17 |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5.13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5.11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5.10 |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6.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