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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바람 소리 - 신석정(辛夕汀)
대바람 소리
들리더니
소소(蕭蕭)한 대바람 소리
창을 흔들더니
소설(小雪) 지낸 하늘을
눈 머금은 구름이 가고 오는지
미닫이에 가끔
그늘이 진다.
국화 향기 흔들리는
좁은 서실(書室)을
무료히 거닐다
앉았다, 누웠다
잠들다 깨어 보면
그저 그럴 날을
눈에 들어오는
병풍의 '낙지론(樂志論)'을
읽어도 보고 ……
그렇다!
아무리 쪼들리고
웅숭그릴지언정
<어찌 제왕의 문에 듦을 부러워하랴>
대바람 타고
들려오는
머언 거문고 소리 ……
(시집 {대바람 소리},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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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산(歸山) /권 형 하
버릴 게 더 없어서 막막하게 돌아볼 때
저 청송 하늘빛이 푸르게 만져졌다
첩첩이 밀려오는 파도 푸근한 숨소리.
동해도 오고 싶을 때 비워 놓은 그 바다
보름사리 멸치 떼가 희번덕이는 오월쯤
산마을 젓갈 한 독을 박꽃 꺾어 담겠다.
다람쥐 몇 번이나 나뭇가지 툭툭 찢어 내고
늦가을 다 마른 삭정이 낮달로 떨어져
눈 내린 꼭두방재 넘으면 진동할 수박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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