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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酒幕)에서 - 김용호(金容浩)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
그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 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集散)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엄 있는 송덕비(頌德碑)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금보다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비낀 길은
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 무렵에.
(시집 {날개},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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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사랑노래/박 헌 오
눈이 맑아 넘치는 빛
하지감자 꽈리 불며
만산이 들썩이도록 사랑노래 부르다가
꽃반지 이슬 젖는 삼경 길을 밝혀 펴는 날개
달빛 내리는 장독대
정화수 밝힌 기도
무릎에 박힌 군살 가슴 줄 매는 누대(累代)
먼 산에 노래가 되어 귀 울음을 잦는구나.
피나도록 때 절은 손
어루만지는 모닥불 곁
묻어둔 뼈저린 말씀 하염없는 연기되어
별들이 한없이 깊은 하늘에 새겨놓은 푯말이여…
별이 뜨는 시간에
부엉이 또 부르는 소리
바람의 여울 따라가면 그리움만 출렁이는 숲
어둠도 맑게 금가는 궁전 고운 영혼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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