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5. 4.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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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도          - 김현승(金顯承)

 

, 여기 누가

술 위에 술을 부었나.

이빨로 깨무는

흰 거품 부글부글 넘치는

춤추는 땅 바다의 글라스여.

 

, 여기 누가

가슴을 뿌렸나.

언어는 선박처럼 출렁이면서

생각에 꿈틀거리는 배암의 잔등으로부터

영원히 잠들 수 없는,

, 여기 누가 가슴을 뿌렸나.

 

, 여기 누가

()보다 깨끗한 짐승들을 몰고 오나.

저무는 도시와,

병든 땅엔

머언 수평선을 그어 두고

오오오오 기쁨에 사나운 짐승들을

누가 이리로 몰고 오나.

, 여기 누가

죽음 위에 우리의 꽃들을 피게 하나.

얼음과 불꽃 사이

영원과 깜짝할 사이

죽음의 깊은 이랑과 이랑을 따라

물에 젖은 라이락의 향기

저 파도의 꽃떨기를 7월의 한 때

누가 피게 하나.

 

({현대문학} 154, 196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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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홍 승 희

 

바람이 정해 준 대로

고분고분 정착한 땅

 

수분지족(守分知足) 절제 지켜

번성시킨 가문인데

 

누군가

잘못 불러 준 이름

막 산 누명 썼구나.

 

더 높은 욕망의 탑

휩쓸리다, 물어뜨다,

 

반주구래 겉을 발라

떡 먹듯이 변신하며

 

스스로

세상 보란 듯

저 문패를 거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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