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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도 - 김현승(金顯承)
아, 여기 누가
술 위에 술을 부었나.
이빨로 깨무는
흰 거품 부글부글 넘치는
춤추는 땅 바다의 글라스여.
아, 여기 누가
가슴을 뿌렸나.
언어는 선박처럼 출렁이면서
생각에 꿈틀거리는 배암의 잔등으로부터
영원히 잠들 수 없는,
아, 여기 누가 가슴을 뿌렸나.
아, 여기 누가
성(性)보다 깨끗한 짐승들을 몰고 오나.
저무는 도시와,
병든 땅엔
머언 수평선을 그어 두고
오오오오 기쁨에 사나운 짐승들을
누가 이리로 몰고 오나.
아, 여기 누가
죽음 위에 우리의 꽃들을 피게 하나.
얼음과 불꽃 사이
영원과 깜짝할 사이
죽음의 깊은 이랑과 이랑을 따라
물에 젖은 라이락의 향기
저 파도의 꽃떨기를 7월의 한 때
누가 피게 하나.
({현대문학} 154호, 196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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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홍 승 희
바람이 정해 준 대로
고분고분 정착한 땅
수분지족(守分知足) 절제 지켜
번성시킨 가문인데
누군가
잘못 불러 준 이름
막 산 누명 썼구나.
더 높은 욕망의 탑
휩쓸리다, 물어뜨다,
반주구래 겉을 발라
떡 먹듯이 변신하며
스스로
세상 보란 듯
저 문패를 거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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