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5. 3.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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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    - 김현승(金顯承)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시집 {김현승 시초},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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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河回)의 촌가 /박 순 화



가진 만큼 헤아리던 백의의 혼이련가

문 두르리면 그리운 이 버선발이 뵐 것 같아

호롱불 심지 돋우며 판담길을 걷는다.


식솔들 살갑던 정 문풍지의 떨림인가

밥짓는 저녁연기 굴뚝마다 필 것 같아

세월을 훌쩍 넘고 선 만송정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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