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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 - 김현승(金顯承)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시집 {김현승 시초},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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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河回)의 촌가 /박 순 화
가진 만큼 헤아리던 백의의 혼이련가
문 두르리면 그리운 이 버선발이 뵐 것 같아
호롱불 심지 돋우며 판담길을 걷는다.
식솔들 살갑던 정 문풍지의 떨림인가
밥짓는 저녁연기 굴뚝마다 필 것 같아
세월을 훌쩍 넘고 선 만송정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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