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7. 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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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림(金光林)

 

나이 예순이면

살 만큼은 살았다 아니다

살아야 할 만큼은 살았다

이보다 덜 살면 요절이고

더 살면 덤이 된다

이제부터 나는 덤으로 산다

종삼(宗三)*은 덤을 좀만 누리다 떠나갔지만

피카소가 가로챈 많은 덤 때문에

중섭(仲燮)*은 진작 가버렸다

가래 끓는 소리로

버티던 지훈(芝薰)

쉰의 고개턱에 걸려 그만 주저앉았다

덤을 역산(逆算)한 천재들의 밥상에는

빵 부스러기 생선 찌꺼기 초친 것 등

지친 것이 많다

그들은 일찌감치 숟갈을 놓았다

소월(素月)의 죽사발이나

이상(李箱)의 심줄구이 앞에는

늘 아류들이 득실거린다

누군가 들이키다 만

하다 못해 맹물이라도 마시며

이제부터 나는 덤으로 산다

 

* 종삼 : 시인 김종삼(金宗三).

* 중섭 : 화가 이중섭(李仲燮).

 

(시집 {말의 사막에서},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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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환생/전 학 춘

 

돈이란 놈은 죽어서도 특별한 삶을 사네

우리네는 죽으면 굴뚝에 불태우던지

손과 팔 구두에 밟혀

지하 처박힐 텐데

 

강물에 몸 던지려 소주병 끌어안고

몸 떠난 연인 찾아

밤거리 헤맨 일도 없이

깊숙한 안주머니 품

늘어져 잠자던 생

 

보통 팔자로는 구경 못할 장엄한 지하

언 손 요모조모 용안(龍顔)을 다듬어서

마른땅 바닥 짓는데 원료로 환생한다지

 

오작교 해후하는 별똥별들의 희열

길 떠난 마누라 거웃 그리운 광대에

논자락 참새 허수아비마냥

저녁놀 조롱하고

 

닭 쫓아 지붕 날다

어둔 독방 갇히고

얼마나 많은 하늘이 그대에게 비굴한가

황폐한 가을 들녘에

그놈 한번 때려 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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