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7. 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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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병(千祥炳)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시집 {},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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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김 명 호


 



마을 동맥에 쌓인 혈전 제거 작업이다


코끝에 달고 사는 독감 예방주사 맞듯


올해도 거르지 않고 비 설거지를 한다.


 



그해 여름 수마가 볼을 타고 내려와


빈 자리 하나 남은 뿌리마저 흔들 때


촌장은 혀끝을 차며 가로등을 가리켰다.


 



찬바람 나고 가끔 팔다리가 무전을 친다


설마에 매달리다 한없이 작아질라


마을을 타산지석으로 챙겨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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