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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도시의 즐거움 - 최승호(崔勝鎬)
상복 허리춤에 전대를 차고
곡하던 여인은 늦은 밤 손익을
계산해 본다.
시체 냉동실은 고요하다.
끌어모은 것들을 다 빼앗기고
(큰 도적에게 큰 슬픔 있으리라)
누워 있는 알거지의 빈 손,
죽어서야 짐 벗은 인간은
냉동실에 알몸거지로 누워 있는데
흑싸리를 던질지 홍싸리 껍질을 던질지
동전만한 눈알을 굴리며 고뇌하는 화투꾼들,
그들은 죽음의 밤에도 킬킬대며
잔돈 긁는 재미에 취해 있다.
외로운 시체를 위한 밤샘,
쥐들이 이빨을 가는 밤에
쭉정이 되는 추억의 이삭들과 침묵 속에서
냄새나는 이쑤시개를 들고 기웃거리는
죽음의 왕.
시체 냉동실은 고요하다.
홑거적 덮은 알몸의 주검이
혀에 성에 끼는 추위 속에 누워 있는 밤,
염장이가 저승의 옷을 들고 오고
이제 누구에게 죽음 뒤의 일을 물을 것인지
그의 입에 귀를 갖다댄다
죽은 몸뚱이가 내뿜는다 해도
서늘한
허(虛)
(시집 {세속도시의 즐거움},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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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장 청
또랑또랑 울려나는
그 말씀 곱게 모아
씨로 꼭꼭 다져넣은
이승의 울안에서
너 한 점
목마름으로
발돋움해 섰거니
헝큰 머리 찌든 시름
바람에 흩날리며
가려잡은 외줄기
진한 만 한 때깔에
그늘도
맑게 지녀라
속삭이는 바람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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