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7. 1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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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무 - 신경림 -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 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나리를 불거나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창작과 비평>(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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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각 종 이 근 배(1962: 동아일보)

1

어둠에 녹슨 일월 조국의 깊은 밤을

입 깨문 열원으로 눈멀어서 지키다가

새날 빛 밝아온 날엔 몸부림쳐 울었으리.

2.

하늘도 돌아섰던 상잔의 포성 속에

균열진 가슴이며 외로웁던 모국어를

상기도 품에 안고서 울먹이는 증언이여!

3.

자유! 정의! 진리! 외치던 젊은 지성

순열(純烈)한 꽃잎들이 달려간 광장에서

피 묻어 지던 그 슬픔을 마음 깊이 사렸겠지.

4.

새로 열린 하늘 밝아온 태양 앞에

청사의 가슴 열어 꽃보라를 피우는가

, , , 평화를 사려 날아드는 비둘기떼.

5.

산하며 겨레며 새옷 단장, 하는 그날

종이여! 너 조국을 못 견디게 울리거라.

벽마저 무너뜨리고 왼 강토에 넘치거라.

(이희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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