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7. 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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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새벽 -박노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 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 가지

끝내 못 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있다면

진이 빠져, 허깨비 같은

스물아홉의 내 운명을 날아 빠질 수만 있다면

 

아 그러나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

죽음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이 질긴 목숨을,

가난의 멍에를,

이 운명을 어쩔 수 없지

 

늘어쳐진 육신에

도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소주보다 독한 깡다구를 오기를

분노와 슬픔을 붓는다

 

어쩔 수 없이 이 절망의 벽을

기어코 깨뜨려 솟구칠

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

새근새근 숨쉬며 자라는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잔을

돌리며 돌리며 붓는다

노동자의 햇새벽이

솟아오를 때까지

 

-<노동의 새벽>(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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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매사(雪梅詞)/정 소 파(1957: 동아일보)

1.

어느 녘 못다 버린 그리움 있길래로....

강파른 등걸마다 손짓하며 짓는 웃음,

못 듣는 소리 속으로 마음 짐작하느니라.

2.

바위, 돌 틈사구니 뿌린 곧게 못 벋어도

매운 듯 붉은 마음 눈을 이고 피는 꽃잎,

향맑은 내음새 풍김 그를 반겨 사느니라.

3.

꽃샘바람 앞에 남 먼저 피는 자랑?

벌 나비 허튼 수작 꺼리는 높은 뜻을....

우러러 천년을 두고 따름직도 하더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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