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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기(路程記) - 이육사 -
목숨이란 마―치 깨어진 뱃조각
여기저기 흩어져 마음이 구죽죽한 어촌보다 어설프고
삶의 티끌만 오래 묵은 포범(布帆)처럼 달아매었다.
남들은 기뻤다는 젊은 날이었건만
밤마다 내 꿈은 서해를 밀항하는 쩡크와 같아
소금에 절고 조수(潮水)에 부풀어 올랐다.
항상 흐릿한 밤 암초를 벗어나면 태풍과 싸워 가고
전설에 읽어 본 산호도(珊瑚島)는 구경도 못 하는
그곳은 남십자성(南十字星)이 비쳐 주도 않았다.
쫓기는 마음 지친 몸이길래
그리운 지평선을 한숨에 기오르면
시궁치는 열대 식물처럼 발목을 에워쌌다.
새벽 밀물에 밀려온 거미이냐
다 삭아 빠진 소라 껍질에 나는 붙어 왔다.
머―ㄴ 항구의 노정(路程)에 흘러간 생활을 들여다보며.
-<자오선>(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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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이 우 종(1961년 : 동아일보)
천년을 해와 함께 지켜온 침묵인데
엮어 온 꿈이 있어 안으로 부푼 생명
뽀얗게 주름져 오는 황홀했던 나날들
피나게 고요한 밤 별을 바라 섰노라면
4월의 이야기가 놀처럼 번져 간다
또 하나 아쉬운 꿈을 잉태하는 괴로움
아! 신라적 해와 달은 못내 도는 제 자린데.....
겹겹이 멍든 사연 헤어 보는 이 아침엔
원형의 푸른 하늘을 머리 위에 여 본다
(이희승 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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