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7. 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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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기(路程記) - 이육사 -

 

목숨이란 마치 깨어진 뱃조각

여기저기 흩어져 마음이 구죽죽한 어촌보다 어설프고

삶의 티끌만 오래 묵은 포범(布帆)처럼 달아매었다.

 

남들은 기뻤다는 젊은 날이었건만

밤마다 내 꿈은 서해를 밀항하는 쩡크와 같아

소금에 절고 조수(潮水)에 부풀어 올랐다.

 

항상 흐릿한 밤 암초를 벗어나면 태풍과 싸워 가고

전설에 읽어 본 산호도(珊瑚島)는 구경도 못 하는

그곳은 남십자성(南十字星)이 비쳐 주도 않았다.

 

쫓기는 마음 지친 몸이길래

그리운 지평선을 한숨에 기오르면

시궁치는 열대 식물처럼 발목을 에워쌌다.

 

새벽 밀물에 밀려온 거미이냐

다 삭아 빠진 소라 껍질에 나는 붙어 왔다.

―ㄴ 항구의 노정(路程)에 흘러간 생활을 들여다보며.

 

-<자오선>(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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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 종(1961: 동아일보)

 

 

천년을 해와 함께 지켜온 침묵인데

엮어 온 꿈이 있어 안으로 부푼 생명

뽀얗게 주름져 오는 황홀했던 나날들

 

 

피나게 고요한 밤 별을 바라 섰노라면

4월의 이야기가 놀처럼 번져 간다

또 하나 아쉬운 꿈을 잉태하는 괴로움

 

 

! 신라적 해와 달은 못내 도는 제 자린데.....

겹겹이 멍든 사연 헤어 보는 이 아침엔

원형의 푸른 하늘을 머리 위에 여 본다

(이희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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