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7. 2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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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느니 - 김동환 -

 

북국에는 날마다 밤마다 눈이 내리느니

회색 하늘 속으로 흰 눈이 퍼부을 때마다

눈 속에 파묻히는 하아얀 조선이 보이느니

 

가끔 가다가 당나귀 울리는 눈보라가

막북강(漠北江) 건너로 굵은 모래를 쥐어다가

추위에 얼어 떠는 백의인(白衣人)의 귓불을 때리느니

 

춥길래 멀리서 오신 손님을

부득이 만류도 못 하느니

봄이라고 개나리꽃 보러 온 손님을

눈 발귀에 실어 곱게 남국에 돌려 보내느니

 

백웅(白熊)이 울고 북랑성(北狼星)이 눈 깜박일 때마다

제비 가는 곳 그리워하는 우리네는

서로 부둥켜안고 적성(赤星)을 손가락질하며 얼음벌에서 춤추느니

 

모닥불에 비치는 이방인의 새파란 눈알을 보면서

북국은 추워라, 이 추운 밤에도

강녘에는 밀수입 마차의 지나는 소리 들리느니

얼음짱 트는 소리에 쇠방울 소리 잠겨지면서

오호, 흰 눈이 내리느니 보오얀 흰 눈이

북새(北塞)로 가는 이삿군 짐짝 위에

말없이 함박눈이 잘도 내리느니.

-<금성>(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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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내려오며 / 李 同 求(1986: 조선일보)

 

 

해거름 한자락 들고 등굽은 외길 이끌고

산그늘이 산을 덮는 큰 허울을 내려 놓는다.

무엇이 등줄기에 실려 이 어둠을 찍고 있나.

 

 

산정山頂은 성좌를 쓰고 턱을 괴고 앉았지만

스스로 누리고 있는 속품을 재고 있다.

운해雲海엔 한 점먹물로 긴 침묵의 획을 긋고-.

 

세상을 밝히듯이 핏물도는 을 내려

산물소리 산문山門열며 자라나는 산을 본다

스스로 제소리 거두는 산울림도 엿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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