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9. 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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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 - 김용택 -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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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든 가을 이 경 자

 

억새꽃 꽈리 다발 항아리에 꽂아 놓고

단풍잎 아름 모아 곁들여 치장하니

거실에 가을 한 자락 소곤소곤 조잘인다.

 

두고 온 고향 가을이 국화향 아름 안고

황토재 억새밭길 바람으로 걸어와서

빛바랜 세월을 털며 내 유년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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