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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 - 김용택 -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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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든 가을 이 경 자
억새꽃 꽈리 다발 항아리에 꽂아 놓고
단풍잎 아름 모아 곁들여 치장하니
거실에 가을 한 자락 소곤소곤 조잘인다.
두고 온 고향 가을이 국화향 아름 안고
황토재 억새밭길 바람으로 걸어와서
빛바랜 세월을 털며 내 유년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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