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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길에 서서 - 신석정 -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거니…….
-<슬픈 목가>(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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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김 태 은
토장국처럼 풀린 산안개 걷히고 그냥 빈 산
빙긋 웃으며 조용히 풍경 속으로 들어온 그대
이대로 시간이 멈춘다면 기찬 꿈 환할 텐데.
산노을 천천히 문 닫는 소리 들으며
는개의 혼들은 기진하여 잠이 들고
온종일 한 생각에 갇혀 날 저뭄도 기적이다.
융푸라후에 흥청이는 바람에 비하면
내 삶은 단순하고 멋없는 모국어다
알프스 절경 속으로 돌아 조율된 줄을 풀다.
처음 만난 산들은 반갑다고 손 흔들더니
한나절이 못 되어 잘 가라 등 밀어 낸다
그대의 꾸준함이 돋보이는 인연 하나 울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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