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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 오세영 -
자일을 타고 오른다.
흔들리는 생애의 중량
확고한
가장 철저한 믿음도
한때는 흔들린다.
절벽을 더듬는다.
빛을 찾아서 조금씩 움직인다.
결코 쉬지 않는
무명의 벌레처럼 무명(無明)을 더듬는다.
함부로 올려다보지 않는다.
함부로 내려다보지도 않는다.
바람에 뜨는 별이나,
피는 꽃이나,
이슬이나,
세상의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다만 가까이 할 수 있을 뿐이다.
조심스럽게 암벽을 더듬으며
가까이 접근한다.
행복이라든가 불행 같은 것은
생각지 않는다.
발 붙일 곳을 찾고 풀포기에 매달리면서
다만,
가까이,
가까이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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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부재중 김 차 순
듣는 것 보는 것 말하는 것, 할수록
쌓이는 건 눈, 귀, 입 젖어드는 후회뿐
아직은 때가 아니다 맑게 갠 그 어느 날,
현관 바닥 쌓여 있는 얼룩진 신문뭉치
빗물 고인 지난 세월 신발장까지 첨벙인다
어떻게 닦아 낼꺼나 우산이나 펼쳐 둘 걸
듣는 것 보는 것 말하는 것, 때가 되어
드러낼 그날까지 다독이며 기다리래
젖으면, 모든 활자가 하나로 풀려 떠다닐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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