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9. 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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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그마니네 -고은-

 

갈뫼 딸그마니네집

딸 셋 낳고

덕순이

복순이

길순이 셋 낳고

이번에도 숯덩이만 달린 딸이라

이놈 이름은 딸그마니가 되었구나

 

딸그마니 아버지 홧술 먹고 와서

딸만 낳는 년 내쫓아야 한다고

산후조리도 못한 마누라 머리끄덩이 휘어잡고 나가다가

삭은 울바자 다 쓰러뜨리고 나서야

엉엉엉 우는구나 장관이구나

 

그러나 딸그마니네 집 고추장맛 하나

어찌 그리 기막히게 단지

남원 순창에서도 고추장 담그는 법 배우러 온다지

그 집 알뜰살뜰 장독대

고추장독 뚜껑에

늦가을 하늘 채우던 고추잠자리

그 중의 두서너 마리 따로 와서 앉아 있네

 

그 집 고추장은 고추잠자리하고

딸그마니네 어머니하고 함께 담근다고

동네 아낙들 물 길러 와서 입맛 다시며 주고받네


그러던 어느날 뒤안 대밭으로 순철이 어머니 몰래 들어가

그 집 고추장 한 대접 떠가다가

목물하는 그 집 딸 덕순이 육덕에 탄복하여

아이고 순철아 너 동네장가로 덕순이 데려다 살아라

세상에는 그런 년 흐벅진 년 처음 보았구나

 

-<만인보 1>, 창작과 비평사(19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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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골 외딴집

최 윤 표 


 

사시의 촌음 속에 어느 산골 외딴집엔

호올로 세월 누벼 시()를 먹은 여랑*이여

그리도 적막강산을 저 홀로 지새우나.



먼동이 밝아 오니 자연 품에 고고한 너

저리도 꿈을 먹고 시심(詩心) 잡아 엮는 심사

아마도 여류시인 상* 꿈 일궈 거울 되리.



공명도 사랑으로 잉태하려 골몰하고

외로운 한 획 그은 정성으로 남는 흔적

장명*을 걸어가는 길 불꽃 돼 피어나리.


*여랑(女娘) : 나이가 젊은 아가씨.

*여류시인 상(女流詩人想) : 여자 시인의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의 가진 마음. idea.

 *장명(長命) : 긴 수명. 장수 .longe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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