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그마니네 -고은-
갈뫼 딸그마니네집
딸 셋 낳고
덕순이
복순이
길순이 셋 낳고
이번에도 숯덩이만 달린 딸이라
이놈 이름은 딸그마니가 되었구나
딸그마니 아버지 홧술 먹고 와서
딸만 낳는 년 내쫓아야 한다고
산후조리도 못한 마누라 머리끄덩이 휘어잡고 나가다가
삭은 울바자 다 쓰러뜨리고 나서야
엉엉엉 우는구나 장관이구나
그러나 딸그마니네 집 고추장맛 하나
어찌 그리 기막히게 단지
남원 순창에서도 고추장 담그는 법 배우러 온다지
그 집 알뜰살뜰 장독대
고추장독 뚜껑에
늦가을 하늘 채우던 고추잠자리
그 중의 두서너 마리 따로 와서 앉아 있네
그 집 고추장은 고추잠자리하고
딸그마니네 어머니하고 함께 담근다고
동네 아낙들 물 길러 와서 입맛 다시며 주고받네
그러던 어느날 뒤안 대밭으로 순철이 어머니 몰래 들어가
그 집 고추장 한 대접 떠가다가
목물하는 그 집 딸 덕순이 육덕에 탄복하여
아이고 순철아 너 동네장가로 덕순이 데려다 살아라
세상에는 그런 년 흐벅진 년 처음 보았구나
-<만인보 1>, 창작과 비평사(19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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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골 외딴집
최 윤 표
사시의 촌음 속에 어느 산골 외딴집엔
호올로 세월 누벼 시(詩)를 먹은 여랑*이여
그리도 적막강산을 저 홀로 지새우나.
먼동이 밝아 오니 자연 품에 고고한 너
저리도 꿈을 먹고 시심(詩心) 잡아 엮는 심사
아마도 여류시인 상* 꿈 일궈 거울 되리.
공명도 사랑으로 잉태하려 골몰하고
외로운 한 획 그은 정성으로 남는 흔적
장명*을 걸어가는 길 불꽃 돼 피어나리.
*여랑(女娘) : 나이가 젊은 아가씨.
*여류시인 상(女流詩人想) : 여자 시인의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의 가진 마음. idea.
*장명(長命) : 긴 수명. 장수 .longe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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