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9. 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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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 - 나희덕 -

 

 

산 너머 고운 노을을 보려고

그네를 힘차게 차고 올라 발을 굴렀지.

노을은 끝내 어둠에게 잡아먹혔지.

나를 태우고 날아가던 그넷줄이

오랫동안 삐걱삐걱 떨고 있었어.

 

어릴 때는 나비를 좇듯

아름다움에 취해 땅끝을 찾아갔지.

그건 아마도 끝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그러나 살면서 몇 번은 땅끝에 서게도 되지.

파도가 끊임없이 땅을 먹어 들어오는 막바지에서

이렇게 뒷걸음질치면서 말야.

 

살기 위해서는 이제

뒷걸음질만이 허락된 것이라고.

파도가 아가리를 쳐들고 달려드는 곳

찾아 나선 것도 아니었지만.

 

끝내 발 디디며 서 있는 땅의 끝,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는 것이

땅끝은 늘 젖어 있다는 것이

그걸 보려고

또 몇 번은 여기에 이르리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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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돌 던지다 윤 정 란

 

애완용 개가 사람보다 사랑을 받는다고

문 안을 엿보다가 흩어지는 한숨들

눈 한번 마주치지 않는 세상에 돌 던지다

 

아비라고 당당하게 큰소리칠 수 없고

남자라고 무작정 들이밀 수가 없어서

언제나 뒤로 밀리는 삼식(三食) 놈의 회환을

 

속수무책 세월에 햇살도 돌아앉아

어디서나 눈치보는 소리 없는 절규는

잊혀진 우리네 삶이 개보다 못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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