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나는 내가 아니다-후안 라몬 히메네스(라틴 아메리카 시인)
나는 내가 아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내 곁에서 걷고 있는 자,
이따금 내가 만나지만
대부분은 잊고 지내는 자,
내가 말할 때 곁에서 조용히 듣고 있는 자,
내가 미워할 때 용서하는 자,
가끔은 내가 없는 곳으로 산책을 가는 자,
내가 죽었을 때 내 곁에 서 있는 자,
그 자가 바로 나이다.
----------------------------------------------
한천(寒天) 전 선 구
섣달도 보름적은 저리 깊게 밝습니다
달빛이 일렁이는 저리 슬픈 대숲에서
한가락 피리소리만 귀에 쟁쟁 울립니다.
일월도 바람인가 이리 문득 지납니다
삶도 꿈 한 자락 이리 섧은 계절이면
파르르 떠는 별빛을 가슴 속에 묻습니다.
그림자 뜰에 두고 댓돌 밟고 섰습니다
그림자 또 하나가 제가 먼저 들어와서
지창에 뿌리는 눈물 순백으로 젖습니다.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언시와 시조 1수 (0) | 2017.12.29 |
---|---|
잠언시와 시조 1수 (0) | 2017.12.28 |
잠언시와 시조 1수 (0) | 2017.12.26 |
잠언시와 시조 1수 (0) | 2017.12.22 |
잠언시와 시조 1수 (0) | 2017.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