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잠언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12. 2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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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아니다-후안 라몬 히메네스(라틴 아메리카 시인)

 

나는 내가 아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내 곁에서 걷고 있는 자,

이따금 내가 만나지만

대부분은 잊고 지내는 자,

내가 말할 때 곁에서 조용히 듣고 있는 자,

내가 미워할 때 용서하는 자,

가끔은 내가 없는 곳으로 산책을 가는 자,

내가 죽었을 때 내 곁에 서 있는 자,

그 자가 바로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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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천(寒天) 전 선 구

 

섣달도 보름적은 저리 깊게 밝습니다

달빛이 일렁이는 저리 슬픈 대숲에서

한가락 피리소리만 귀에 쟁쟁 울립니다.

 

일월도 바람인가 이리 문득 지납니다

삶도 꿈 한 자락 이리 섧은 계절이면

파르르 떠는 별빛을 가슴 속에 묻습니다.

 

그림자 뜰에 두고 댓돌 밟고 섰습니다

그림자 또 하나가 제가 먼저 들어와서

지창에 뿌리는 눈물 순백으로 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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