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잠언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12. 2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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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무덤 앞에서-작자 미상

 

내 무덤 앞에서 눈물짓지 말라.

난 그곳에 없다.

난 잠들지 않는다.

난 수천 개의 바람이다.

난 눈 위에서 반짝이는 보석이다.

난 잘 익은 이삭들 위에서 빛나는 햇빛이다.

난 가을에 내리는 비다.

당신이 아침의 고요 속에 눈을 떴을 때

난 원을 그리며 솟구치는

새들의 가벼운 비상이다.

난 밤에 빛나는 별들이다.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라.

난 거기에 없다.

난 잠들지 않는다.

(신문 칼럼을 통해 저자를 찾는다고 하자 수십 명이 자신이 쓴 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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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일(失日)의 장() 허 일

 

달빛 풀어내리는 물에 생각을 흘리다가

별똥, 그 아니랴 싶은 조약돌과 눈 맞추며

가만히 귀를 기울여 그 말씀을 들어라.

 

한 때 눈 시퍼런 날이 내게도 있었거니

뜬 생각 헛된 허울 다 풍화된 지금에는

조용히 산을 비우는 그저 그 일 뿐이라.

 

2007년 제8회 월하시조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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