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잠언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12. 2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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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배-장자(토마스 머튼 번역)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그의 배와 부딪치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이니까.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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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교

 

살면서 내가 진 빚이 너무도 많구나

평생을 등짐 져 갚아도 다 못 갚을

그 빚을 얼마나 더 지려고 오늘을 또 살았다

 

거느린 식솔들이야 연의 굴레 썼다지만

가난한 주변머리로 쓴 고작 몇 줄의 시

그것이 드넓은 천지에 무슨 보탬 되겠는가

 

새삼 사는 일이 숙연해지는 오후 한때

눈 감고 생각느니 산 같이 우람한 저 빚

그 아래 풀벌레처럼 엎드려 오오,(), 곡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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