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세계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3. 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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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두 위

 

한밤중 고요한 부두 위

밧줄 드리운 높은 돛대 끝에

달리 걸렸고, 그렇게 먼 것은

놀다 잊은 어린아이의 풍선뿐이다.

 

가을

 

가을 밤의 싸늘한 감촉--

나는 밖으로 나갔다.

불그레한 달이 울타리 너머로 굽어 보고 있다.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도시의 아이들처럼 흰 얼굴로

사방의 별들은 어떤 생각에 골똘히 잠기어 있었다.

 

*이미지즘 운동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자신은 젊은 나이에 요절한 흄(Thomas Ernest Hulme:1883__1917)이 남긴 시험작 5편 가운데서 뽑은 두 편이다. 아무 기이한 면이 없는 듯하지만 정서적인 표현을 완전히 배제하고 이미지만을 포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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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版畵-석촌 호수에서/정완영

 

꽃과 잎 새소리 같은 것 잔 사슬은 다 보내고

곧은 뼈 한 대만 끌안고 含默하고 누워 있는

겨우내 입 다문 호수, ! 비워둔 벤치 하나.

 

견고한 結氷을 딛고 제 가슴을 찜질하는

호수도 호수려니와 저 나무들 다 어쩔꼬

칼바람 삼키고 섰다가 울컥! 하고 쏟아 낼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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