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흄 - 부두 위
한밤중 고요한 부두 위
밧줄 드리운 높은 돛대 끝에
달리 걸렸고, 그렇게 먼 것은
놀다 잊은 어린아이의 풍선뿐이다.
가을
가을 밤의 싸늘한 감촉--
나는 밖으로 나갔다.
불그레한 달이 울타리 너머로 굽어 보고 있다.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도시의 아이들처럼 흰 얼굴로
사방의 별들은 어떤 생각에 골똘히 잠기어 있었다.
*이미지즘 운동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자신은 젊은 나이에 요절한 흄(Thomas Ernest Hulme:1883__1917)이 남긴 시험작 5편 가운데서 뽑은 두 편이다. 아무 기이한 면이 없는 듯하지만 정서적인 표현을 완전히 배제하고 이미지만을 포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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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版畵-석촌 호수에서/정완영
꽃과 잎 새소리 같은 것 잔 사슬은 다 보내고
곧은 뼈 한 대만 끌안고 含默하고 누워 있는
겨우내 입 다문 호수, 텅! 비워둔 벤치 하나.
견고한 結氷을 딛고 제 가슴을 찜질하는
호수도 호수려니와 저 나무들 다 어쩔꼬
칼바람 삼키고 섰다가 울컥! 하고 쏟아 낼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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