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 사는 어떤 여인이 서울 저자에서 파는 청동거울이 보름달처럼 둥글다는 말을 듣고 늘 갖고 싶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서울 길을 떠나게 됐는데 마침 보름이었다. 거울이라는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은 아내가 남편에게 하는 말이
"서울 저자에 저렇게 생긴 물건이 있다 하니 당신이 꼭 사 오세요."
하고 달을 가리킨다. 남편이 그말을 단단히 가슴에 새기고 서울에 이르자 달은 이미 기울어 반만 남았다. 그는 반달을 쳐다보고 같은 물건을 구하다가 마침 참빗이 비슷하자 저 것이구나 생각하고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사이 달은 또 보름달이 됐다. 그는 참빗을 아내에게 주면서
"서울에 달처럼 생긴 물건은 이것밖에 없다오. 내가 비싼 값을 주고 사왔소 그려."
하고 말 하나 그녀는 자기가 구하던 것이 아니므로 화를 내고 달을 가리키면서 남편을 원망했다.
"이 물건이 어째서 저 달과 같단 말이요."
이 말을 들은 남편은
"서울 하늘의 달은 이것과 꼭 같았는데 시골 달은 이 같지 않으니 참으로 괴이한 일이오."
하고 곧 다시 물건을 구하려고 보름달이 뜰 무렵 서울에 이르러 밝은 달을 바라보니 그 둥근 것이 거울과 다름이 없다. 곧 거울을 사 갖고 아내에게 준다.그러나 거울이 얼굴을 비추는 것인 줄 모르는 아내가 거울을 열어 보자 그 남편 곁에 어떤 여인 하나가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평소에 자기 얼굴이 어떻게 생긴 줄 모르고 살아오던 터이므로 제 얼굴이 비쳐서 남편의 곁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저이가 새 여자를 데리고 돌아온 것이 분명해"
하고 크게 화를 내며 질투심을 참지 못한다. 남편이 이상히 여겨
"그럼 내가 한 번 봐야지."
하고 곧 거울을 당겨 보는데 아내의 옆에 이상한 사내 하나가 앉아있다. 그 역시 평소 자기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내가 며칠 집을 비운 그 사이에 다른 간부(姦夫)를 들였구나."
하고 크게 노해 부부가 거울을 갖고 관가에 들어가 서로 부정을 고발한다. 여인이
"이 양반이 새 여자를 얻어 들였으니 어쩌면 좋습니까"
하자 남편이
"이 계집은 그 사이에 샛서방을 얻었답니다."
하면서 서로 분해하는 것이다. 이 꼴을 본 고을 원님은
"그 거울을 이리 올리렷다."
하고 거울을 열어 본다. 원님 역시 일찍이 자신의 얼굴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의 의관이 모두 자기와 비슷한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아이구 신관(新官)이 온 모양이구나’ 생각하고 이방을 급히 불러
"교대관이 벌써 오셨으니 빨리 인(印)을 봉해라."
하고는 곧바로 동헌을 물러나왔다고 한다. -명엽지해(蓂葉志諧)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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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남자든 여자든 평생을 해로하는데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래서 조선시대 여인들은 다른 남자와 슬쩍 스친 것만 가지고도 자살을 한 경우가 있었다.
인도 갠지스강 유역으로 진출한 아리아인 여성들은 기원전 1000년 전에 남편이 먼저 죽으면 종교의식이 행해지는 날 스스로 분신자살하는 쌔티(sati) 풍습이 있었다. 기원전 1110년 아시리아에서는 여자의 승낙 없이 키스를 하면 남자는 아랫입술을 자르고 승낙을 얻었더라도 남녀 모두 간통죄로 사형시켰다. 기원전 18년 로마에서는 간통금지법이 발효됐다. 176년경 남인도 지방에서는 미망인이 되면 삭발을 하고 검소한 생활이 강요됐고 견디지 못하면 남편을 따라 순사했다. 중국 화남지방에서는 처녀성을 검사하기위해 시중하는 여인이 신부에게 비둘기 알을 넣어 출혈을 확인하고 없으면 흰 천을 다시 넣어 그래도 없으면 결혼을 취소당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친척들이 모인 가운데 신랑 될 남성이 흰 천으로 싼 오른손 인지를 질(膣)속에 넣어 처녀성을 검사하는 관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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