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 이럴 줄 알았다면

임기종 2024. 12. 4.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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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성에 어떤 사내가 살고 있었다. 그는 처의 용모가 너무나 추하다는 사실 하나로 외도를 심하게 했다. 이를 보다 못한 본처가 하루는 남편에게 제의했다.

당신이 저를 싫다하시니 집에 첩을 들여놓도록 하세요. 앞으로 외도만 안하신다면

그래? 그것 참 좋은 말이로군

그는 매파를 놓아 예쁜 여자를 물색했는데 마침 데려온 여자를 본 본처가 말했다.

저 여자는 너무 예뻐서 안 되겠어요. 저런 여자를 집에 들여놓으면 누구든지 나를 하녀로 볼 거예요

매파는 다음날 얼굴이 약간 못생긴 여자를 데리고 왔다. 남편은 그런대로 마음에 든다고 하였으나 본처는 또 트집을 잡았다

저 여자도 안 되겠어요

다음날 매파는 못생긴 여자만 골라서 서너 사람 데리고 왔다 그래도 그 여자들의 용모가 본처보다는 잘생긴 편이었기 때문에 남편이 말했다.

"이 중에서 당신 마음에 드는 여자로 정합시다. 어느 여자가 좋겠소

본처는 그 여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뚫어지게 살펴본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나보다 못난 여자가 한 사람도 없으니 안 되겠어요

남편은 너무나 어이가 없어 말했다.

당신이 끝내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는 외도를 할 수밖에 없소

내 마음에 들 만한 여자를 구해 보세요.”

"내가 첩으로 맞을 만한 여자는 전국을 다 찾아도 아마 없을 것이오

적당한 여자가 없다면 차라리 제가 첩이 될까요

본처는 이렇게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첩을 들어앉히게 되었다. 그리해 남편은 본처와 첩을 한집에 거느리고 살게 됐는데 언제나 처와 첩의 싸움이 그치지 않아 집안 조용한 날이 하루도 없었다. 어느 날 남편이 잠깐 출타했다가 돌아와 보니 두 여자가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격렬하게 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남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매일같이 싸움만 하면 어떻게 살란 말이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남편의 말을 들은 본처가 남편을 쳐다보며

저년이 서방님 보약을 달이다가 태우고 살짝 물을 부어 놓았지 뭡니까?”

하고 고자질을 했다. 그러자 첩이

아유 분해. 서방님은 저 여자의 말을 믿으십니까?”

하며 나섰다. 그러자 본처가 더욱 분을 못이겨

, 너 어디서 입을 함부로 놀리는 거야

하고 첩에게 달려들어 또 싸움질이다. 보다 못한 남편이 큰소리로 꾸짖어

"정말 하루도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구나. 이런 계집은 죽여야 마땅하다.“

하며 첩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건넌방으로 들어갔다. 본처는

서방님이 나를 두둔하시니 너 이년, 오늘 아주 죽어 봐라."

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데, 죽인다고 끌고 간 건넌방에서는 아무 소리가 없었다. 정말로 때려 죽였나 싶은 불안과 기대가 엇갈린 야릇한 심정으로 발소리를 죽여 건넌방 문 앞까지 간 본처는 방 안에서 새어 나오는 이상한 신음 소리에 그만 정신이 아찔했다

정말 죽겠어요

금방 숨이라도 넘어갈 듯한 첩의 목소리에 본처는 남편이 첩을 정말로 죽여버리는가 싶어 황급히 문을 열어젖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두 남녀의 운우의 정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이를 목격한 본처는 그만 눈이 뒤집혀

아유 분해라! 이렇게 죽이는 것이라면 내가 먼저 죽여 달랠 것을.......”

하며 방바닥을 두드리며 통곡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