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 아랫수염과 턱 수염

임기종 2024. 12. 6.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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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이 너무 많아 추하게 보인다고 생각하던 어떤 사람이 어느 날 외출을 했는데 때마침 겨울이라 추위를 피하려고 근처 주점에 들어가 따끈한 술이 있냐고 묻는다. 주점 아이가 그 사람의 수염이 무성한 것을 보고

손님께서는 술을 사서 무엇에 쓰고자 하시오니이까

하고 웃으며 물으니 나그네가

내가 지금 마시려고 한다

한다. 그러자 아이는

입이 없는데 어찌 마시려고요.”

하자 크게 화를 내며 수염을 잡아 양쪽으로 가르며 말하는데

이것이 입이 아니고 무엇이냐

한다. 그러자 아이가 그 입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그렇다면 건너편 김아병(金牙兵)의 처도 장차 반드시 아기를 낳겠구먼요

아기를 낳는다는 말은 이 놈이 전에 김아병의 처가 음모가 너무 많아 그 구멍을 덮은 것을 본적이 있기 때문이다. 마침 그 집 노파가 막대기로 그 아이를 때리며

네 아비가 비록 시골에 살아도 본시 지혜로워 지식이 많더니 너는 어디로 해서 나왔길래 이 같이 어리석고 몽매하냐? 손님의 입이 있고 없고가 네게 무슨 관계며 하물며 다른 집 여인네의 구멍이 있고 없는 것에 너 같은 어린놈이 무슨 참견이냐? ()은 비록 수염이 드리웠으나 눈구멍이 자연히 아래에 있고 개꼬리는 비록 커도 그 항문이 스스로 그 가운데 있다. 털 많은 밑이라고 구멍이 없을까보냐.”

하고 꾸짖으니 나그네가 처음엔 어린애를 꾸짖어서 매우 유쾌했는데 그 나중 두어 마디에 부끄러움과 분함을 못 견뎌했다. -어수록(禦睡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