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이놈아, 남자는 똑 같아

임기종 2025. 1. 13.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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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생이 부모상을 당해 절에 가서 재를 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재 올리는 날, 여러 친구 기생들이 재 올리는 행사도 구경할 겸, 조문 차 함께 절로 몰려갔다. 재 올리는 행사가 끝나고 절에서 차린 음식을 먹게 되었는데, 채소를 썰고 있던 한 젊은 스님이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고 칼을 든 채 벽에 기대어 정신을 잃고 가만히 서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주지 스님이,

"얘야, 왜 일을 하다 말고 서 있느냐? 손님 접대에 차질이 없도록 부지런히 서둘러야 한다."

하고 독촉하니, 서 있던 스님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말했다.

"큰스님,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예쁜 기생들을 많이 보게 되니 사타구니 사이의 물건이 발동하고 마음이 산란하여 진정할 수가 없습니다. 이 칼로 제 물건을 잘라 버리려고 하는 중입니다."

이 말에 주지 스님도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말했다.

"이놈아, 잔말 말고 여기를 보아라. 오늘 재에서 누구 하나 물건이 발동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겠느냐?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가서 일이나 해."

하면서, 불록해진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를 가리켰다.

이 얘기가 널리 알려지니, 선비들과 스님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고, 그리고 이 이야기를 가지고 시를 지은 선비도 있었다.

 

-조선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