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고기도 먹어본 자가

임기종 2025. 1. 14.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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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비가 장가를 가서 첫날밤을 지냈다. 아침에 신랑을 따라온 선비 집 종들이 몰려와 신부에게 잘 주무셨느냐고 문안 인사를 드렸다. 이 때 신부가 그 종들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너희 도련님이 집에 첩을 몇 명이나 거느리고 있느냐?"

이 물음에 신랑 집 종들은 당황해하면서,

"우리 도련님은 아직 나이도 어리고 해서 첩이 없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신부는 화를 내면서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요것들아, 거짓말 마라. 너희 도련님이 첩을 두고 있지 않다면, 어찌 밤에 잠자리를 하면서 그렇게도 능숙하고 다양하게 거침없이 잘할 수가 있단 말이냐? 거짓말 말고 첩이 몇 명인지 바른대로 일러라."

"? 새아씨! 소인들은 사실대로 아뢴 것이옵니다."

종들이 돌아 나오면서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이에 한 종이,

"거참, 희한한 일이로다. 허면 새아씨는 규중처녀로 우리 도련님과 첫날밤을 한 번 겪어 보고 어찌 신랑의 그 숙달된 잠자리 기능을 그렇게도 잘 안단 말인가?"

라고 말하니, 이 말을 받아 다른 종들도 한마디씩 했다.

"혹시 성인(聖人)이 성인을 잘 알아본다는 속담이 맞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어."

"그렇지. 분명히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라야 제 맛을 잘 안다고 했거든."

이렇게 주고받으며 종들은 크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