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몽이란 선비가 금강선(錦江仙)이란 기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런데 금강선은 춤과 노래에 뛰어난 재능이 있어서, 부잣집과 높은 벼슬아치 집 잔치에 많이 불려 다니면서 여러 남자들과 어울렸다. 그래서 이몽은 질투심이 생겨 늘 의심하고 싫어하는 기색을 나타내 보였다. 이에 금강선은 불쾌한 생각이 들어서 이몽에게 말했다.
"내 비록 기생이나 당신과 살고 있기 때문에 몸을 조심하고 함부로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하는 일이 없는데, 당신이 그렇게 나를 못 믿어 질투하고 의심을 하니, 그렇다면 내가 초청되어 가는 잔치에 몰래 와서 숨어 한번 살펴보시오."
이러고 어느 날 6조(六曺)관리들이 모임을 갖는 자리에 초청 되었을 때, 이몽에게 종의 옷을 입게 하고 몰래 와서 종들이 모여 있는 곳에 섞여 숨어서 구경을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이몽은 이날 금강선이 시키는 대로 종의 옷을 입고 모임의 자리 한쪽 구석에 종들과 함께 앉아, 금강선이 관리들에게 술을 권하고 노래와 춤으로 분위기를 돋우는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만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마침 평소에 이몽과 아는 김씨 성을 가진 한 관리가 종들 사이에 앉는 있는 이몽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김씨가 달려오더니 이몽을 붙잡아 끌면서 말했다.
"자네는 내 친구 이몽이 아닌가? 왜 여기 종들과 함께 앉아있어? 내 친구 이몽이 맞지, 응?"
이 모습을 본 금강선이 급히 달려와 앞을 가로막았다.
"아, 아닙니다. 이 사람은 나으리 친구 이몽이 아니라 소첩의 종 몽총(蒙塚:'멍청'이라는 뜻 )이옵니다. 아마도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자리로 가셔서 음식이나 드십시오."
그러면서 김씨를 끌어 자리로 안내해 앉혔다. 그런 다음 금강선은 이몽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우리 몽총이, 배고프지? 얼른 와서 이 음식 좀 받아먹어."
하고는 먹다 남은 음식을 주었다. 이에 이몽이 한쪽 눈을 찡그려 감고 나와서 허리를 굽실거리면서 음식을 받아가지고 가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관리 김씨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세상에 저렇게도 닮은 사람이 있단 말인가? 한쪽 눈만 감지 않았으면 틀림없는 내친구 이몽인데......정말 이상하네."
라고 하면서 계속 의문을 표시하니, 금강선은 속으로 웃음을 참느라고 큰 고생을 했다. 이날 밤, 이몽은 집으로 돌아와 화가 나서 번듯이 드러누워 있었다. 이에 금강선은 좀 달래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몽의 배 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내려다보고는 농담을 했다.
"여보, 내일은 정승 댁 잔치에 초청되었는데 또 한 번 따라가 보시겠어요?"
이 말에 이몽은 눈을 흘기며 금강선의 허리를 꽉 움켜쥐었다.
이에 금강선이 이몽의 가슴을 살살 문지르면서 기분을 돋우니, 드디어 이몽은 화가 풀려 웃었다.
-조선초기
'해학과 재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담(肉談)83. 배가 부르니 (0) | 2025.01.09 |
---|---|
육담(肉談). 기생의 마음 (0) | 2025.01.08 |
육담(肉談). 김삿갓의 잔꾀 (0) | 2025.01.07 |
육담(肉談) . 부친의 기일이라 (0) | 2025.01.06 |
육담(肉談) . 송이접신(松茸接神) (0) | 2025.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