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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비가 첩을 들여놓으려고 먼저 그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엄숙하게 말했다.
" 사람들 말이, 남자가 첩을 들여놓으면 존귀해진다고 합디다. 내가 지금 첩을 들여놓으려는 것은 당신을 멀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존귀하게 하려는 것이오. 첩이 당신 하는 일을 대신하고 음식 의복도 대신 마련해 줄 테니, 당신은 앉아서 지시만 하면 되는데 이 어찌 존귀해지는 것이 아니겠소?"
아내는 이 얘기를 듣고 화를 내면서 덤벼들었다.
"여보, 나는 존귀해지는 것도 싫고 편안해지는 것도 싫습니다. 무릇 음식을 먹으면 배가 불러지는 것은 남녀가 모두 같은데, 내가 음식을 먹어 보니 아침밥 잘 먹은 날은 저녁밥이 맛이 없습디다. 우리들의 잠자리도 마찬가지로, 당신이 첩과 맛있게 자고 나면 음식 먹어 배부른 것처럼 나하고는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쓸데없이 존귀해진다는 말 다시는 꺼내지도 마십시오."
아내의 이 말을 사람들에게 전하니 모두들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손뼉을 치고 웃더라.<조선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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