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김삿갓의 잔꾀

임기종 2025. 1. 7.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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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이 제자와 함께 팔도강산 유람을 떠나는 길이었다.

한참 가다 보니 한 아낙네가 김을 매는데 엉덩이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이었다. 제자가 그것을 보고는 김삿갓에게 장난스레 말했다.

"선생님, 저 부인 엉덩이는 어떻게 생겼길래 저렇게 분주스러운지 다 벗겨서 볼 수가 있겠습니까?"

", 그까짓 거 못 봐? 자네 나하고 같이 가서 보자."

김삿갓이 앞장 서 숨이 차도록 다가갔다. 그는 불문곡직하고 김을 매는 아낙네의 엉덩이를 탁 치며 고함을 쳤다.

"아하, 이제야 찾았구나. 이년아, 빨리 가자."

다짜고짜 김삿갓이 손을 잡아끌자 아낙네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당신이 대관절 뭐길래 이렇게 희롱하는 거요."

아낙이 화를 내자 김삿갓이 도리어 호통을 쳤다.

", 이년아! 희롱이고 뭐고 빨리 가자. 나라의 임금이 사경에 이르러 엉덩이가 한 쪽인 여자를 잡아 약으로 바쳐야 하는데, 이제야 찾았구나. 팔도강산 다 돌아다니다 그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 너를 보니 필시 엉치가 한 쪽이로구나."

"아이구 나리이, 난 엉치가 한 쪽이 아니라 두 쪽이라니까요."

"이년이 감히 임금을 구하겠다는데 역적이 되려는구나. 당장 주리를 틀어야겠구나."

겁에 질린 아낙네는 여차하면 죽게 생겼으니 고쟁이를 벗어 보여 주는 수밖에 없었다.

"나으리, 이걸 보쇼, 이게 어디 두 쪽이지 한 쪽이오,한 번만 봐 주시오."

그러자 김삿갓은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어험, 그러고 보니 한 쪽이 아니고 두 쪽이 맞구나. 너 오늘 죽었다 살아난 줄 알거라"

하고는 제자에게 눈짓을 하며 가던 길을 갔다. 그러자 제자는 김삿갓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한마디 했다.

"한 수 배웠습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