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기생의 마음

임기종 2025. 1. 8.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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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목(全穆)이 충주에 가서 기생 금란(金蘭)을 사랑해 정이 깊이 들었다. 전목은 충주를 떠나는 날 밤 기생 배 위에 엎드려 속살을 맞대고 다음과 같은 맹세를 했다.

"금란! 조심하여 다른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지 말아야지."

", 서방님, 소녀 비록 연약한 여자이나 저 월악산(月嶽山)이 무너져도.. 서방님을 향한 일편단심은 결코 변치 않을 것입니다. 염려 마시고 두고 보소서."

이렇게 서로 철석같이 맹세하고 이튿날 헤어졌다. 그런데 전목이 충주를 떠났다가 몇 달 후에 다시 그 기생을 찾아가니, 기생 금란은 이미 단월 역승(단월역 책임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이 사실을 안 전목은 화가 나서, 얼마 전 이별할 때 철석같이 약속한 것을 왜 저버렸느냐고 추궁하는 내용의 시를 써서 금란에게 보냈다.

들으니 네가 단월역승을 사랑해 깊은 밤에 역을 향해 분주하게 다닌다지. 어느 때 무서운 매 손에 잡고 달려가서, 월악산 무너짐 두고 맹세한 말 따지겠다.‘

몇 달 전 월악산이 무너져도 변치 않겠다고 굳게 맹세한 말을 환기시키면서..

추궁하겠다는 뜻으로 쓴 시였다. 이에 금란은 다음과 같은 화답시를 지어 보냈는데, 금란이 시를 지을 줄 모르므로, 선비 양영공이 전목의 위 시를 읽고 대신 지어 준 것이었다.

북쪽에 전목 당신이 있다면 남쪽에는 역승이 있지요,

내 마음은 정처가 없는지라 구름같이 떠돈답니다.

만약에 내 맹세 때문에 월악산이 변한다고 한다면,

저 월악산은 아마 지금까지 수도 없이 무너졌을게요.‘

사람들은 이 시를 보고 기생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라고 하면서 크게 웃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