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정 관리가 호남지방에서 기생을 사랑하여, 서울로 올라오면서 차마 작별하지 못하고 자기 말에 태우고 금강(錦江)까지 왔다. 기생은 배에 올라 관리를 붙잡고 대성통곡을 하면서,
"나으리와 이별하기보다는 차라리 이 강물에 빠져서 죽겠습니다."
라고 외치고 뱃전으로 가서 물에 뛰어들려 했다. 이에 관리도 눈물을 흘리면서 기생을 붙잡아 안고 등을 어루만지며 위로했다.
"죽어서는 안 돼. 내가 다시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
이러면서, 짐을 뒤져 은 항아리를 꺼내 주는 것이었다. 이어 배가 떠나려고 하니 기생은 울며 배에서 내렸는데, 배가 떠나자마자 기생은 언제 울었느냐는 듯이 즐겁게 웃었다. 그리고 흥얼거리면서 노래를 부르니, 이 때 옆에 있던 기생 친척 한 사람이 이런 모습을 보고 나무랐다.
"얘야, 저 관리의 눈에 눈물도 마르기 전에, 노래를 부르면서 즐거워하는 것은 너무 무정한 행동이 아니냐? 인정상 그러면 못쓰지."
이 충고에 기생은 은 항아리를 높이 들고 두드리며,
"슬피 운 것도 이 때문이요, 기뻐 노래함도 이 때문이지요."
라고 하면서 여전히 좋아했다. 나루 옆에서 고기를 낚고 있던 사람이 이 모습을 보고 손가락질을 하면서 크게 웃고는 중얼거렸다.
"천하의 바보는 선비들과 관리들이지요. 기생이 어찌 남자를 위해 물에 빠져 죽을 것이라고 믿는단 말이오."
이 말에, 나루터에서 기생과 이별하는 것을 아주 많이 보아온 한 뱃사공이 역시 한마디 거들었다.
"우리같이 나루터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곧 선비나 관리를 보면 '치자(癡者:어리석은 사람)'라고 부르면서 놀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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