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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우화 - 반식재상

임기종 2015. 3. 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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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종

  나는 대학 시절, 나의 친구와 한 방에서 살았었다. 그런데 그는 결코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본 적이 없으면서도 매일 자명종을 맞춰 놓았다. 그래서 한 번은 내가 그에게 물었다.

  "너는 왜 시계를 맞춰 놓는 거야? 일어나지도 않으면서 왜 신경을 쓰게 하니? 너는 항상 그 자명종을 꺼버리고 다시 자면서 왜 신경을 쓰며, 왜 매일 아침 방해를 받는 거야?"

  그는 겸연쩍게 웃었다. 그 스스로도 자신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저녁이 되면 그의 다른 자아가 말하곤 하는 것이다.

  "아니야, 내일 아침에는 분명히 일어날 거야."

  나는 말했다.

  "그래? 그렇게 해 보렴."

  그가 자명종을 맞춰 놓을 때 그는 자기가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리라는 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전혀 의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다만 그의 한쪽 부분이었을 뿐이다.

  "절대적으로 너는 일어나야 해. 너는 이미 충분히 잤고 이제 시간이 없어. 곧 시험이잖아."

  다섯 시에 나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자명종이 울리자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씩 웃더니 자명종을 끄고 돌아누워서 다시 잠이 들었다아침 늦게, 그가 항상 일어나는 여덟 시에 나는 그에게 그 일에 대해 물었다. 그는 말했다.

  "나는 몇 분간 더 자려고 생각했어. 그리고 몇 분 더 잔다는데 잘못된 것은 없잖아. 나는 매우 졸렸고 방이 너무 추웠거든. 그렇지만 내일은, 너도 알게 되겠지만 꼭 일어날 거야."

그대도 마찬가지 짓을 하고 있다. 그대는 어떤 것을 결심하고는 다음 순간 결심했던 것을 그냥 잊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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