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4. 1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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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幸福)    - 유치환(柳致環)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문예} 초하호,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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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창의 노래 /전향아

 

밤이면 그리워서

죽을 듯 무섭던 날

 

빈 술잔 받쳐 든 손

서러워 시가 되니

 

그 이름

해어화라지

꺾여지지 않는 꽃.

 

설운 임 품은 마음

배꽃에 흩뿌리고

 

꿈에나 만나 볼까

긴긴밤 뒤척이나

 

즈믄 길

그리도 먼가

끝이 없는 외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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