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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幸福) - 유치환(柳致環)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문예} 초하호,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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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창의 노래 /전향아
밤이면 그리워서
죽을 듯 무섭던 날
빈 술잔 받쳐 든 손
서러워 시가 되니
그 이름
해어화라지
꺾여지지 않는 꽃.
설운 임 품은 마음
배꽃에 흩뿌리고
꿈에나 만나 볼까
긴긴밤 뒤척이나
즈믄 길
그리도 먼가
끝이 없는 외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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