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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녁 놀 - 유치환(柳致環)
굶주리는 마을 위에 놀이 떴다.
화안히 곱기만 한 저녁놀이 떴다.
가신 듯이 집집이 연기도 안 오르고
어린 것들 늙은이는 먼저 풀어져 그대로 밤자리에 들고,
끼니를 놓으니 할 일이 없어
쉰네도 나와 참 고운 놀을 본다.
원도 사또도 대감도 옛같이 없잖아 있어
거들어져 있어
하늘의 선물처럼
소리 없는 백성 위에 저녁놀이 떴다.
(시집 {청마 시집},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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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비 ㅡ노인복지관에서/辛 東 益
어버이, 날 나 기르실 제
'간*되라, 거름되라’
때때로 다독다독 타이른 말씀
칠십팔 영마루에 올라
그 말씀 떠오른다.
생갈이, 물갈이,
물써레질 등에도
이 한 몸 썩지 못한 떠돌이 부유물
바람에 떼밀려나는
소용 없는 쇠비*.
*간 : 소금.
*쇠비 : 땅심을 높이기 위하여 나무의 푸른 새순, 볏집, 보릿집 등을
논바닥에 미리 깔고, 생가리(아시갈이), 물갈이, 써레질 등을
하고 모내기를 할 때 썩지 못한 부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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