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4. 1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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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녁 놀     - 유치환(柳致環)

 

굶주리는 마을 위에 놀이 떴다.

화안히 곱기만 한 저녁놀이 떴다.

 

가신 듯이 집집이 연기도 안 오르고

어린 것들 늙은이는 먼저 풀어져 그대로 밤자리에 들고,

 

끼니를 놓으니 할 일이 없어

쉰네도 나와 참 고운 놀을 본다.

원도 사또도 대감도 옛같이 없잖아 있어

거들어져 있어

하늘의 선물처럼

소리 없는 백성 위에 저녁놀이 떴다.

 

(시집 {청마 시집},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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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비 노인복지관에서/辛 東 益

어버이, 날 나 기르실 제

'*되라, 거름되라

 

때때로 다독다독 타이른 말씀

 

칠십팔 영마루에 올라

그 말씀 떠오른다.

 

생갈이, 물갈이,

물써레질 등에도

 

이 한 몸 썩지 못한 떠돌이 부유물

 

바람에 떼밀려나는

소용 없는 쇠비*.

 

*: 소금.

*쇠비 : 땅심을 높이기 위하여 나무의 푸른 새순, 볏집, 보릿집 등을

논바닥에 미리 깔고, 생가리(아시갈이), 물갈이, 써레질 등을

하고 모내기를 할 때 썩지 못한 부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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