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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 유치환(柳致環)
고독은 욕되지 않으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窈窕)턴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奇術師)의 모자(帽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寒天) 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엔
나의 뜨거운 노래는
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
아아, 나의 이름은 나의 노래.
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
마침내 비굴한 목숨은
눈을 에이고, 땅바닥 옥엔
무쇠 연자를 돌릴지라도
나의 노래는
비도(非道)를 치레하기에 앗기지는 않으리.
들어 보라.
이 거짓의 거리에서 숨결쳐 오는
뭇 구호와 빈 찬양의 헛한 울림을.
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입고
소리 맞춰 목청 뽑을지라도
여기 진실은 고독히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동아일보}, 19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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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무정 ㅡ어느 廢家에서/김 선 영
오지 조각 널려 있는 돌담 옆 묵정밭엔
못다 한 이야기가 설움으로 들려오고
문 없는 빈 방 안에는
한숨소리 가득하다.
추억은 세월 속에서 이끼로 돋아나고
덕지 진 가난을 피해 모두 다 떠나갔지만
인정은 아직 남아서
박꽃으로 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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