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5. 2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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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        - 박인환(朴寅煥)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시집 {박인환 시선집},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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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放生을 하다/박 옥 균

 

얼핏 세월을 들춰 뒤척이는 강을 잡고서

허우적 둔덕을 안고 손길 못 튼 시름 풀면은

저 한 덧 휘청인 하늘조차 노을 꽃 환히 날리려니.

 

한갓 세상을 추켜 뒤뚱대는 강이라 해도

어깃둥 벼랑을 안고 등골 못 튼 설움 헤쳐다

저 한 녘 헛디딘 땅 떨치면 바람꽃 활짝 펴 안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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