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5. 24.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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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死靈)     - 김수영(金洙暎)


 


…… 활자(活字)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어라.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어라.


이 황혼(黃昏)도 저 돌벽 아래 잡초(雜草)


담장의 푸른 페인트 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纖細)


행동(行動)이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郊外)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어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시집 {달나라의 장난}, 1959)









새벽 /이 우 걸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새벽은 새벽이 된다.


봉두난발 상처뿐이 제 가슴 쥐어 뜯으며


유백의 찻잔을 만드는


어느 도공의 기도처럼





길은 아직 헝클린 채로 안개 속에 묻혀 있는데


조간처럼 달려온 소중한 여백 하나


새로운 출발을 권하는


~ 숨가쁜 초인종이여







2008년 제28회 가람시조문학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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