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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死靈) - 김수영(金洙暎)
…… 활자(活字)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나의 영(靈)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벗이여
그대의 말을 고개 숙이고 듣는 것이
그대는 마음에 들지 않겠지
마음에 들지 않어라.
모두 다 마음에 들지 않어라.
이 황혼(黃昏)도 저 돌벽 아래 잡초(雜草)도
담장의 푸른 페인트 빛도
저 고요함도 이 고요함도.
그대의 정의도 우리들의 섬세(纖細)도
행동(行動)이 죽음에서 나오는
이 욕된 교외(郊外)에서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음에 들지 않어라.
그대는 반짝거리면서 하늘 아래에서
간간이
자유를 말하는데
우스워라 나의 영은 죽어 있는 것이 아니냐.
(시집 {달나라의 장난}, 1959)
새벽 /이 우 걸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새벽은 새벽이 된다.
봉두난발 상처뿐이 제 가슴 쥐어 뜯으며
유백의 찻잔을 만드는
어느 도공의 기도처럼
길은 아직 헝클린 채로 안개 속에 묻혀 있는데
조간처럼 달려온 소중한 여백 하나
새로운 출발을 권하는
아~ 숨가쁜 초인종이여
2008년 제28회 가람시조문학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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