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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 - 김현승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김현승 시초>(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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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진복희
더 얼마를 풀어야 그 살빛 보일거나
들킨 몇올 머리칼만 허공으로 쏠리는 저녁
몇 산하(山河) 뜨는 한뎃잠 끄지 못할 불이어라
빈 가슴 골짝마다 머릴 풀고 서리는 잠
귀엣말 가득한 벌 돌아보면 저 혼잣소리
얼마를 더 깃들여야 고일거나 그 목청
1986년간 시조집"빛살의 축제"[한국시조시인협회.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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