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8. 24.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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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 - 김현승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김현승 시초>(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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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진복희

 

더 얼마를 풀어야 그 살빛 보일거나

들킨 몇올 머리칼만 허공으로 쏠리는 저녁

몇 산하(山河) 뜨는 한뎃잠 끄지 못할 불이어라

 

빈 가슴 골짝마다 머릴 풀고 서리는 잠

귀엣말 가득한 벌 돌아보면 저 혼잣소리

얼마를 더 깃들여야 고일거나 그 목청

 

1986년간 시조집"빛살의 축제"[한국시조시인협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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