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9. 2. 08:00
728x90



가정 - 이 상 -

 

()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

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

나는우리집내문패(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

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해간다.

식구(食口)야봉()한창호(窓戶)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수입(收入)되어들어가야하지 않나.

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처럼월광(月光)이묻었다.

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

수명(壽命)을헐어서전당(典當)잡히나보다.

나는그냥문()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을열려고안열리는문()을열려고.

-<카톨릭청년>(1936)-

---------------------------------------


어머니 / 정형석

 

 

어머니...

오늘밤은

막둥이로 돌아가서

깨금발 텃마당 돌다 하늘 금 올려보며

괜스레 우쭐되었던

삼동(參洞)골이 보이네요.

 

 

어머니...

그 한마디는

불혹(不惑)의 허리에서

늦가을 댓잎 이슬 일렁이는 동화(童話)처럼

돌무지 사금파리로

달빛 속에 어리네요.

 

 

어머니

갓밝이면

.. 털고 갈랍니다

저녁노을 시름겨워 박꽃마저 졌더라도

움켜진 가녀린 한 올

불쏘시개로 품어 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