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쇠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7. 17.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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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 - 이성부 -

 

 

누룩 한 덩이가

뜨는 까닭을 알겠느냐.

 

지 혼자 무력함에 부대끼고 부대끼다가

어디 한 군데로 나자빠져 있다가

알맞은 바람 만나

살며시 더운 가슴,

그 사랑을 알겠느냐.

 

오가는 발길들 여기 멈추어

밤새도록 우는 울음을 들었느냐.

 

저 혼자서 찾는 길이

여럿이서도 찾는 길임을

엄동설한 칼별은 알고 있나니.

 

무르팍 으깨져도 꽃피는 가슴

그 가슴 울림 들었느냐.

 

속 깊이 쌓이는 기다림

삭고 삭아 부서지는 일 보았느냐.

 

지가 죽어 썩어 문드러져

우리 고향 좋은 물 만나면

덩달아서 함께 끓는 마음을 알겠느냐.

춤도 되고 기쁨도 되고

해 솟는 얼굴도 되는 죽음을 알겠느냐.

아 지금 감춰 둔 누룩 뜨나니

냄새 퍼지나니.

 

-<창작과 비평>(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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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安否) - 어느 싸움터인가, 내 아우여.

尹 今 初(1968: 동아일보)

 

 

금낚시 드리우는 초승달 앞녘 강에

깎인 돌의 초연 냄새 피로 씻지 못한 자리,

어머님 품안을 떠난 죄구렁의 어린 양.

 

 

역한 바람 풀어헤쳐 철새 등에 띄운 안부

못다 푼 긴긴 설화 실꾸리로 감기는데

저 하늘 닫힌 문 밖에 벽을 노려 섰는가.

 

 

누다비아 산허린가 빗발치는 가시덤불

세계의 귀가 얽힌 불행의 수렁길에

거미줄, 거미줄 사이 겨냥하는 눈망울.

 

 

선불 맞은 짐승처럼 파닥이는 나비 죽지,

한 떨기 목숨 가누어 내젖는 기구의 손,

그 무슨 깃발을 안고 너는 끝내 포복하나.

 

 

뒤틀린 사랑 타며 포효하는 나의 사병,

동남아 밤을 밝혀 무지개 지르는 날

떨리는 그 입술 모아 더운 김을 나누자.

(김상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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