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 - 이성부 -
누룩 한 덩이가
뜨는 까닭을 알겠느냐.
지 혼자 무력함에 부대끼고 부대끼다가
어디 한 군데로 나자빠져 있다가
알맞은 바람 만나
살며시 더운 가슴,
그 사랑을 알겠느냐.
오가는 발길들 여기 멈추어
밤새도록 우는 울음을 들었느냐.
저 혼자서 찾는 길이
여럿이서도 찾는 길임을
엄동설한 칼별은 알고 있나니.
무르팍 으깨져도 꽃피는 가슴
그 가슴 울림 들었느냐.
속 깊이 쌓이는 기다림
삭고 삭아 부서지는 일 보았느냐.
지가 죽어 썩어 문드러져
우리 고향 좋은 물 만나면
덩달아서 함께 끓는 마음을 알겠느냐.
춤도 되고 기쁨도 되고
해 솟는 얼굴도 되는 죽음을 알겠느냐.
아 지금 감춰 둔 누룩 뜨나니
냄새 퍼지나니.
-<창작과 비평>(1977)-
------------------------------------------
안부(安否) - 어느 싸움터인가, 내 아우여.
尹 今 初(1968년 : 동아일보)
금낚시 드리우는 초승달 앞녘 강에
깎인 돌의 초연 냄새 피로 씻지 못한 자리,
어머님 품안을 떠난 죄구렁의 어린 양.
역한 바람 풀어헤쳐 철새 등에 띄운 안부
못다 푼 긴긴 설화 실꾸리로 감기는데
저 하늘 닫힌 문 밖에 벽을 노려 섰는가.
누다비아 산허린가 빗발치는 가시덤불
세계의 귀가 얽힌 불행의 수렁길에
거미줄, 거미줄 사이 겨냥하는 눈망울.
선불 맞은 짐승처럼 파닥이는 나비 죽지,
한 떨기 목숨 가누어 내젖는 기구의 손,
그 무슨 깃발을 안고 너는 끝내 포복하나.
뒤틀린 사랑 타며 포효하는 나의 사병,
동남아 밤을 밝혀 무지개 지르는 날
떨리는 그 입술 모아 더운 김을 나누자.
(김상옥 選)
'한국현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7.19 |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7.18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7.14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7.13 |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0) | 2017.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