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7. 1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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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영 -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 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문학예술>(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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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 무렵의 鄭 一 根(1986: 서울신문)

 

 

굴뚝새 내려앉는 저물 무렵 첨탑尖塔 근처.

천애天涯를 더듬다가 회한으로 깊은 노을

하늘로 가는 길들이 붉게 타며 부서진다.

 

 

의 빈 아궁이 자작나무 지펴본다.

비로소 빗장 풀며 마음여는 속죄贖罪

저 일몰 깊은 곳으로 불씨 하나 눈뜨다.

 

 

기억하라, 예감으로 풀어지는 바람들을

바람이 모든 탄생과 죽음 또한 호명呼名할 때

살과 뼈 뜨겁게 비비는 아픔이며 뉘우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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