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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이 일곱번 읽은 소설

임기종 2017. 8. 14.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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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더미 같은 재판 기록이 날마다 쌓여만 간다. 드디어는  적체된 사건이 2만여 건에 이르게 됐다. 그런데도 1년 동안 처리할 수 있는 것은 겨우 60건에 불과하다.' 독일의 문호이기 이전에 변호사였던 괴테가 그의 자서전에서 한탄한 말이다. 괴테는 이 같은 권태기에 친구의 약혼자인 로테와의 절망적인 사랑에 빠져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게 되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년 괴테의 나이 25세 때 씌어졌다. 이 책은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 이외에도 당시 독일에서 생겨 난 '질풍노도'라는 문학 운동의 시발로 큰 문학적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괴테는 "이 작품을 읽어보고 자신을 위해  씌어졌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 사람은 지극히 불행한 삶을 살아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의 소설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과민하고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이자 자의식이 강한 염세적인 변호사 베르테르는 어떤 유산 상속의 사건의 변호를 맡아 로테라는 여인과 알게 되면서 열렬한 사랑의 감정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로테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다. 자기 애정을 억제할 수 없게 된 그는 그  도시에서 도망친다. 방황하던 베르테르가 다시 도시로 돌아왔을 때, 로테는 이미 결혼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에 구애받지  않고 정열에 넘친 나머지 그는 그녀에게 반강제로 키스한다. 그리고 다음날 밤 베르테르는  권총자살을 하는데,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긴다.

"아아 모든 것이 공허하도다. 그러나 어제 내가 당신의  입술에서 받은 생명은 내 마음에 스며들어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리. 당신은 나의 것이요. 오오, 로테여!"

  이와 같은 청년 베르테르의 슬픈 인생은 당대  젊은이들에게 충격적인 감동을 전해 주었다. 여자들은 소설 속에 나온 찻잔을 다투어 구입하였고, 남자들은 베르테르와 같이 푸른색 코트에 노란색 조끼와 짧은 바지를 차려 입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심각하게 유행한 것은 모방  자살이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실연에  빠진 젊은이들이 자살을 기도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괴테의 작품에 아무리 감동하였기로 앞길 창창한 청년들이 어떻게 자살까지 모방하게 됐을까그것은 현실 세계의 고통을 거부하고 자연의 신비한 힘을 찬양하는 복잡한 베르테르의 정신 세계가 유럽 젊은이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감수성 예민한 젊은이들이 '소설'의 감흥에 도취되어 속세를 떠나거나 삶의 변화를 꾀하는 일은 현재에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감명 깊은 문학 작품의 영향이 얼마나 큰가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당시 베르테르 열풍의 강도는 나폴레옹의 일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나폴레옹은 이 소설을 일곱 번이나 읽었고, 1798년 이집트 원정 길에  이것을 휴대하고 가서 애독했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지고 있을 정도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오늘날에도 전세계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